
위고비와 삭센다는 체중 감량 효과로 잘 알려진 비만치료제입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부작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지금까지 많이 알려진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같은 위장관 증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환자들의 실제 진료기록을 분석한 연구에서 그동안 일반인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부작용 가능성을 살펴볼 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한 사람들에게서 우울·불안 같은 정신건강 문제와 위장관 운동장애·폐색 등이 더 많이 관찰됐고, 삭센다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에서도 정신건강 문제와 췌장·담도질환 등의 위험 증가가 관찰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고비나 삭센다가 이런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새롭게 증명됐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구에서 주의해서 지켜볼 새로운 안전성 신호가 발견됐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결과도 아닙니다.
위고비나 삭센다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을 고민하고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고, 실제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한 번쯤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13개 병원의 실제 환자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2026년 국제학술지 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에 발표된 국내 다기관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국내 13개 2·3차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을 이용했습니다.
2018년 3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자료를 활용해 비만 치료 목적으로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한 사람과 사용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떤 건강 문제가 나타났는지를 비교했습니다.
분석에는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 2,357명, 삭센다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 사용자 6,953명이 포함됐고, 각각 훨씬 많은 비사용자와 비교했습니다.
연구진은 나이나 기존 질환 등 두 집단의 차이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통계적인 보정도 거쳤습니다.
이번 연구를 눈여겨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한 일부 사람만 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여러 병원에서 실제로 치료받은 사람들의 진료기록을 분석해 현실에서 어떤 문제가 나타났는지를 살펴본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위고비 성분에서는 우울장애 3.42배, 위장관 문제 3.91배가 관찰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세마글루타이드에서 나왔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는 비사용자와 비교했을 때 연구상
전체 정신질환은 2.02배,
불안장애는 2.39배,
우울장애는 3.42배,
위장관 운동장애·폐색은 3.91배
높게 관찰됐습니다.
시각장애도 1.58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특히 ‘우울장애 3.42배’와 ‘위장관 운동장애·폐색 3.91배’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3.42배라는 것은 위고비를 맞은 사람 세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에게 우울장애가 생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원래 발생하는 빈도와 비교했을 때 연구에 포함된 사용군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관찰됐다는 의미입니다.
연구 논문에서는 이런 발생 정도를 ‘1,000인년당 몇 건’이라는 방법으로도 표시했습니다.
처음 보면 상당히 어려운 말입니다.
‘1,000인년’은 쉽게 말해 1,000명을 1년 동안 관찰한 것과 같은 정도의 관찰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100명을 10년 관찰해도 전체 관찰시간을 합하면 1,000인년이 됩니다.
이번 연구에서 전체 정신질환은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에게 1,000인년당 약 30.9건, 비사용자에게 약 14.8건이었습니다.
즉 단순하게 표현하면 같은 정도의 관찰시간을 기준으로 사용군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더 자주 기록됐다는 것입니다.
위장관 운동장애·폐색 역시 사용군은 1,000인년당 약 5.6건, 비사용군은 약 2.2건으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실제 발생빈도까지 함께 보면 ‘3.91배’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장관 운동장애·폐색’은 무슨 뜻일까요?

이 용어 역시 일반인이 바로 이해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위와 장은 음식물을 아래쪽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계속 움직입니다.
그 움직임이 지나치게 느려지거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위장관 운동장애이고, 장 내용물이 제대로 지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장폐색입니다.
심한 복부팽만이나 복통, 지속적인 구토, 배변이 되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위에서 음식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추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위장관 관련 이상반응은 이미 중요한 관찰 대상이었습니다.
이번 국내 실제 진료자료에서도 관련 문제가 더 많이 관찰됐다는 점 때문에 연구진이 주목한 것입니다.
삭센다에서도 정신건강과 췌장·담도 관련 신호가 나왔습니다
삭센다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에서도 몇 가지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비사용자와 비교했을 때
전체 정신질환 1.66배,
불안장애 1.68배,
우울장애 1.51배
높게 관찰됐습니다.
또한 췌장·담도질환은 1.33배, 췌장염·담관염·담석증을 묶어 분석했을 때는 1.40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시각장애도 1.34배였습니다.
췌장·담도질환이라는 표현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소화를 돕는 췌장과 담즙이 지나가는 담도, 담낭 등에 생기는 질환을 함께 살펴본 것입니다.
다만 모든 결과가 똑같이 확실했던 것은 아닙니다.
연구 방법과 조건을 달리해 다시 분석했을 때 일부 결과는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게 변했습니다.
따라서 각각의 숫자를 모두 ‘새롭게 확정된 부작용’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위고비가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이야기일까요?
여기서 이번 연구를 가장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이번 연구는 실제 진료기록을 뒤에서 살펴본 관찰연구입니다.

쉽게 말하면 연구진이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는 위고비를 맞히고 다른 쪽에는 맞히지 않은 뒤 결과를 비교한 실험이 아닙니다.
이미 치료받은 사람들의 기록을 모아
“사용한 사람과 사용하지 않은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를 찾아본 연구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위고비 사용자에게 우울장애가 더 많이 관찰됐다’는 것은 이번 연구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위고비가 우울장애를 직접 일으켰다’는 것은 이번 연구만으로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비만 정도, 기존 질환, 정신건강 상태, 다른 약물이나 생활환경 등 연구에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안전성 검토 결과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국내 연구만 보면 정신건강 문제가 상당히 걱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자료도 함께 확인해봤습니다.

미국 FDA는 GLP-1 계열 치료제와 자살사고·자살행동의 관련성을 별도로 검토했습니다.
임상시험과 관찰연구, 시판 후 자료 등을 종합한 결과 FDA는 2026년 1월 GLP-1 계열 약물이 자살사고나 자살행동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앞서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GLP-1 계열 치료제와 자살·자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도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 국내 연구에서 나온 우울·불안장애 증가 신호와 자살 위험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따라서 국내 연구와 FDA 결과가 서로 완전히 모순된다고 볼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 연구 결과를 함께 보면서 어떤 신호가 실제 부작용으로 확인되는지 앞으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신호’를 발견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연구를 왜 소개해야 할까요?
저는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이번 연구를 알아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의 부작용은 처음부터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밝혀지는 것은 아닙니다.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된 이후에도 훨씬 많은 사람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는지 계속 살펴봅니다.
그 과정에서 특정 증상이나 질환이 예상보다 자주 나타나면 ‘안전성 신호’로 보고 더 많은 연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번 국내 연구 역시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위고비와 삭센다의 새로운 부작용이 모두 확정됐다”가 아니라, 실제 한국인 사용자료에서 앞으로 조금 더 주의해서 지켜봐야 할 신호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진도 환자를 적절하게 선택하고 치료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메스꺼움만 생각했다면 이제 조금 더 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동안 위고비나 삭센다의 부작용이라고 하면
“속이 메스껍다.”
“토할 것 같다.”
“설사나 변비가 생긴다.”
정도로 알고 있던 사람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그것보다 조금 더 넓게 몸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치료를 시작한 뒤 이전과 다른 우울감이나 불안이 계속되지는 않는지, 심한 복통이나 반복되는 구토가 생기지는 않는지, 배가 심하게 붓거나 배변이 어려운 증상이 지속되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삭센다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심한 복통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면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약 때문이라고 스스로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제가 이 연구를 소개하면서 전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우울장애 3.42배’, ‘위장관 운동장애·폐색 3.91배’.
이 숫자만 떼어놓으면 상당히 무섭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자세히 살펴보고 해외 자료까지 함께 비교해보니 저는 사람들을 겁먹게 만드는 것이 이 연구를 소개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위고비와 삭센다는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이고, 이번 연구 하나만으로 위험한 약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원래 비만주사는 메스껍고 속이 불편한 약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평소와 다른 변화를 모두 참고 넘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제가 이번 연구에서 받아들인 메시지는 오히려 간단합니다.
너무 겁먹지는 말되, 이전보다 조금 더 조심해서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약을 사용하면서 체중이 몇 kg 줄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 전과 비교해 내 몸이나 마음에 달라진 것은 없는가?’를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소에 없던 이상한 변화가 나타나거나 증상이 계속되고 심해진다면
“약을 맞으니까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버티지 않았으면 합니다.

혼자 약을 끊거나 용량을 조절하기보다 조금 일찍 처방 의료진에게 이야기하고 확인해보는 것, 그것이 새로운 부작용 연구를 우리가 알아두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연구 결과를 안다는 것은 약을 두려워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알고 있기 때문에 내 몸의 변화를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리고, 필요할 때 조금 더 빨리 대처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번 국내 연구를 바로 그런 의미에서 위고비나 삭센다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알아둘 필요가 있는 자료라고 봅니다.
참고자료
- Park J, et al. GLP-1 Receptor Agonists for Weight Loss and Risk of Major Safety Outcomes: A Multicentre Cohort Study. 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2026.
- 미국 FDA, GLP-1 계열 의약품과 자살사고·행동 안전성 검토 결과, 2026.
- European Medicines Agency, GLP-1 receptor agonists 안전성 검토 결과.
※ 이 글은 공개된 국내외 연구와 의약품 안전성 자료를 바탕으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건강정보입니다. 특정 의약품의 사용이나 중단을 권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치료 중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나거나 증상이 심해진다면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변경하기보다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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