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면서 팔이나 다리가 조금 가늘어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빠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물론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근육이 일정 수준 이상 줄고 근력과 신체 기능까지 떨어지는 근감소증은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근감소증이 낙상이나 골절, 일상생활 능력 저하뿐 아니라 심혈관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배는 나오는데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의자에서 일어날 때 힘이 부쩍 든다면 한 번쯤 자신의 근육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감소증, 단순히 근육량만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골격근의 양과 근력, 신체 기능이 감소하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몸에 근육이 얼마나 있느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힘을 얼마나 낼 수 있고 몸을 얼마나 잘 움직일 수 있는지도 함께 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체중이 정상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몸무게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근육은 줄고 그 자리를 지방이 차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배 주변 지방은 늘어나는데 팔과 다리는 가늘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비만과 근육 감소가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흔히 근감소성 비만이라고 합니다.
체중계 숫자만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변화입니다.
그런데 근육과 심장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근육이라고 하면 대부분 걷고 뛰고 물건을 드는 역할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골격근은 단순한 운동기관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에너지와 포도당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근육이 감소하고 활동량까지 줄어들면 인슐린 저항성이나 체지방 증가 같은 대사 문제와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여기에 만성적인 염증, 산화 스트레스, 혈관 기능 변화 등도 근감소증과 심혈관질환을 연결할 수 있는 요인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즉 근육 감소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육 감소 → 활동량 감소 → 대사 건강 악화 → 심혈관계 부담 증가
와 같은 연결고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 방향도 가능합니다.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질환이나 입원 등으로 활동량이 줄고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서 근육이 더 빠르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근감소증과 심혈관질환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연구에서도 근감소증과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이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연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2023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약 6,370만 명이 포함된 8개 연구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근감소증은 심뇌혈관질환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으며,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의 심뇌혈관질환 오즈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33%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관찰연구들을 종합한 것이기 때문에 “근감소증이 심혈관질환을 33% 증가시킨다”라고 원인과 결과를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두 상태 사이에 무시하기 어려운 연관성이 반복해서 관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6년 연구에서는 '근감소증의 변화'도 살펴봤습니다
조금 더 최근 연구도 있습니다.
2026년 학술지 Experimental Geront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중·노년층 7,257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 상태의 변화와 심혈관질환 위험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근감소증이 없었던 사람, 새롭게 나타난 사람, 호전된 사람, 지속된 사람 등으로 나누어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근감소증 상태가 지속된 사람에서는 근감소증이 없었던 사람보다 새로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게 관찰됐습니다.
또 눈여겨볼 결과가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 '근감소증 가능 상태'였더라도 이후 정상 상태로 회복된 사람은 그 상태가 계속된 사람보다 새롭게 발생하는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낮았습니다.
이 결과만으로 근육을 늘리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근육 상태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중년 이후에도 꾸준히 관찰하고 관리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도 근감소증은 흔했습니다
관계는 반대쪽에서도 나타납니다.
2023년 발표된 또 다른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근감소증이 얼마나 흔한지를 분석했습니다.
38개 연구를 종합한 결과 심혈관질환 환자의 근감소증 통합 유병률은 약 **35%**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별 환자 특성과 근감소증 진단기준 등이 달라 이 숫자를 모든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심혈관 건강을 관리할 때 혈압이나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근력과 신체 기능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런 변화가 있다면 '그냥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마세요

근감소증은 갑자기 나타나기보다는 일상생활 속 작은 변화로 먼저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쉽게 올라가던 계단이 힘들어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장바구니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변화가 반복된다면 자신의 근력과 근육 상태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의자에서 손을 짚지 않고 일어나기 어렵다.
- 계단을 오를 때 다리에 힘이 부족하다.
- 걷는 속도가 예전보다 느려졌다.
- 장바구니나 생수처럼 평소 들던 물건이 무겁게 느껴진다.
- 최근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나 근육이 줄었다.
- 팔이나 허벅지, 종아리가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 넘어지는 일이 잦아졌다.
한두 가지가 해당된다고 근감소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계속된다면 검사를 받아볼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근감소증을 확인할까요?

대한근감소증학회·대한노인병학회 등이 참여한 국내 전문가 지침에서는 근감소증 선별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악력, 종아리 둘레, 의자에서 일어나기, 걷는 속도 등입니다.
악력 기준으로는 남성 28kg 미만, 여성 18kg 미만을 근력 저하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종아리 둘레는 남성 34cm 미만, 여성 33cm 미만이면 근감소증을 의심하는 선별 기준 가운데 하나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의자에서 다섯 번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보행 속도 등을 함께 평가하기도 합니다.
다만 종아리 둘레가 기준보다 작다고 바로 근감소증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근육량과 근력, 신체 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배는 나오는데 다리가 가늘어진다면 더 주의해서 보세요

중년 이후 특히 놓치기 쉬운 것이 있습니다.
체중은 그대로인데 몸의 구성이 달라지는 경우입니다.
예전과 몸무게가 비슷하더라도 근육은 줄고 복부 지방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체중만 재면서
“살이 빠지지 않았으니 근육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허리둘레는 늘어나는데 허벅지와 종아리가 가늘어지고, 여기에 활동량과 근력까지 떨어진다면 체중과 별도로 근육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근감소증은 막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가장 궁금한 것은 결국 이것일 겁니다.
“이미 줄어들기 시작한 근육을 다시 늘릴 수 있을까?”
그리고
“매일 걷기만 해도 충분할까?”
근감소증 관리에서 운동과 영양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육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성인과 고령자에게 주요 근육을 사용하는 근력 강화 운동을 주 2일 이상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운동을 몇 번 해야 하는지, 스쿼트를 해도 되는지, 무릎이나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은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까지 여기
서 모두 설명하면 내용이 너무 길어집니다.
단백질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나이와 건강 상태, 전체 식사량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근감소증을 예방하고 근력을 지키는 실제 방법은 다음 글에서 따로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하체·상체 근력운동부터 걷기와 근력운동을 어떻게 조합할지, 단백질 식품은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까지 실제 생활에서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혈압·혈당만큼 이제는 '근력'도 살펴볼 때입니다

중년 이후 건강검진을 받으면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는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이제 한 가지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예전만큼 잘 걷고 있는가.
의자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가.
계단을 오를 때 다리에 충분한 힘이 있는가.
근육은 단순히 보기 좋은 몸을 만드는 조직이 아닙니다.
움직임과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고, 우리 몸의 대사 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근감소증과 심혈관질환 사이의 연관성도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것을 무조건 '당연한 노화'라고 넘길 필요는 없습니다.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듯 중년 이후에는 내 근육과 근력도 하나의 건강 지표로 꾸준히 살펴보는 것.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Korean Working Group on Sarcopenia Guideline: Expert Consensus on Sarcopenia Screening and Diagnosis
- Association between sarcopenia with incident cardio-cerebrovascular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 Sarcopenia and cardiovascular diseas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 Longitudinal changes of sarcopenia status and risks of cardiovascular disease and all-cause mortality, Experimental Gerontology, 2026
- World Health Organization,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내용은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근력 저하나 원인 모를 체중 감소가 지속되거나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다면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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