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공원이나 한강을 달리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5km에서 시작해 10km를 달리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하프마라톤이나 풀코스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달리는 거리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장소 자체를 바꾸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아스팔트와 평탄한 러닝 코스를 벗어나 숲길과 산길로 들어가는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입니다.
처음에는 산을 좋아하는 일부 러너들의 운동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전국에서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리고, 20km와 50km를 넘어 100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 트레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평평하고 달리기 편한 도로를 놔두고 힘든 산길을 달리는 걸까요?
알아볼수록 트레일러닝에는 일반 러닝과는 꽤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트레일러닝은 그냥 산에서 뛰는 러닝일까

트레일러닝은 아스팔트처럼 포장된 도로가 아니라 산길과 숲길, 흙길, 임도 같은 자연 속 길을 달리는 운동입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뛰는 것은 아닙니다.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걷기도 하고 완만한 숲길에서는 달립니다.
돌과 나무뿌리가 많은 내리막에서는 발을 디딜 곳을 계속 확인하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그래서 같은 10km라도 평지 10km와 산길 10km는 상당히 다릅니다.
트레일러닝에서는 거리와 함께 누적 상승고도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입니다.

얼마나 멀리 갔는지만큼 얼마나 많이 올라갔는지가 난이도를 좌우합니다.
장거리로 갈수록 또 다른 능력도 필요합니다.
체력뿐 아니라 물과 음식은 얼마나 가져갈지, 날씨가 바뀌면 어떻게 할지, 자신의 체력을 어느 구간까지 어떻게 배분할지도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단순히 ‘잘 달리는 사람’이라고 반드시 트레일러닝도 잘하는 것은 아닌 이유입니다.
사람들이 러닝 코스를 산으로 넓히는 이유
로드러닝을 오래 하다 보면 목표가 기록으로 모이기 쉽습니다.
5km를 몇 분에 뛰었는지, 10km 기록을 얼마나 줄였는지, 마라톤에서 몇 시간 안에 들어왔는지가 새로운 목표가 됩니다.
트레일러닝에서는 조금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산 하나를 넘고 숲길을 지나 정상에서 풍경을 보고 다시 계곡과 능선을 따라 내려옵니다.

운동인데 등산 같고, 등산인데 작은 여행 같기도 합니다.
같은 코스라도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길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봄에는 신록 사이를 달리고 여름에는 짙어진 숲을 지나며 가을에는 단풍 든 능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심에서 자동차와 건물을 보며 달리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경험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가 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재미입니다.
긴 오르막을 버티고 다시 내리막을 지나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하는 장거리 트레일에서는 단순한 속도보다 체력과 인내심이 중요해집니다.
저는 요즘 사람들이 트레일러닝에 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러닝의 성취감, 산에서 만나는 자연, 여행의 즐거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
이 네 가지가 하나의 운동 안에 들어 있습니다.
대회가 많아진 것도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거리의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5~10km 정도의 비교적 짧은 코스부터 20~30km, 50km를 넘어 100km 이상 장거리까지 선택지도 다양해졌습니다.
이번 주말인 9월 19~20일에는 2026 서울100K도 열립니다.
서울시가 안내한 참가 규모는 2,000명이며 100K·50K·20K 종목으로 진행됩니다. 서울의 산과 둘레길, 한강 등 여러 공간을 연결한다는 것도 일반 도로 마라톤과 다른 특징입니다.
트레일러닝이 더 이상 극소수 산악 러너들의 운동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변화입니다.
자연 속에서 뛰지만 생각보다 만만한 운동은 아닙니다
트레일러닝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평지 러닝과 다른 방식으로 몸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오르막에서는 심폐지구력과 하체 근력이 필요하고 내리막에서는 몸의 균형을 잡으며 계속 발을 디뎌야 합니다.

돌과 나무뿌리, 경사 때문에 발을 어디에 놓을지도 계속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잘 정돈된 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운동이 됩니다.
반대로 그만큼 주의할 것도 있습니다.
트레일러닝 관련 연구에서는 부상이 주로 하체에 집중되고 특히 무릎과 발목 부위의 문제가 많이 보고됩니다.
발목을 접질리는 것은 대표적인 급성 부상이고, 장거리를 반복해서 달리면서 생기는 과사용 손상도 적지 않습니다. 불규칙한 지형에서 피로한 상태로 계속 움직이는 것도 부상과 관련된 요소입니다.
돌이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장시간 대회에서는 물집이나 탈수 같은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 트레일 대회 참가자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발·발목·무릎 부상과 함께 넘어짐, 물집, 탈수 등이 보고됐습니다.
그렇다고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로드러닝을 하던 방식 그대로 산으로 옮겨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 시작한다면 속도보다 산길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로드에서 10km를 잘 달린다고 처음부터 산에서 20km를 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비교적 완만한 산길이나 둘레길에서 짧게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오르막에서는 걸어도 됩니다.
오히려 장거리 트레일에서는 가파른 오르막을 무리해서 뛰지 않고 걷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평탄한 길에서는 가볍게 달리고 오르막은 걷고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충분히 낮추면서 산길에서 몸을 움직이는 방법부터 익히는 것이 먼저입니다.
출발 전에는 거리만 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누적 상승고도와 예상 소요시간, 날씨, 일몰시간, 코스 난이도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리가 길어지면 물과 간단한 행동식, 휴대전화와 기본적인 비상용품도 필요합니다.
신발 역시 일반 로드러닝화보다 산길에서 접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트레일러닝화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 가는 산이라면 혼자 무리하게 장거리 코스를 잡기보다 길을 충분히 확인하고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트레일러닝은 운동화를 신고 집 앞에서 바로 달리는 일반 러닝보다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한 운동입니다.
그런데 인기가 커지면서 산에서 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트레일러닝은 분명 매력적인 운동입니다.
그런데 이용자가 많아지고 대회 규모까지 커지면서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존 등산객이 이용하던 탐방로에서 빠른 러닝이 함께 이루어지면서 생기는 불편과 안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산길은 운동장이나 러닝 전용 트랙처럼 넓고 평평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천천히 걸으며 산을 오르고 자연을 즐겨온 보행 중심의 탐방 공간입니다.

폭이 좁은 곳도 많고 돌계단이나 바위, 나무뿌리가 있는 곳에서는 두 사람이 마주쳐도 한 사람이 기다려야 지나갈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그런 공간에서 속도가 전혀 다른 사람이 함께 움직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뒤에서 갑자기 달려오는 상황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러너에게는 평범한 내리막 달리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천천히 산행하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조용히 걷고 있는데 뒤에서 빠른 발소리가 들리고 사람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게 됩니다.

젊은 사람도 놀랄 수 있지만 특히 고령의 등산객이라면 단순히 기분이 나쁜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돌과 나무뿌리가 있는 좁은 산길에서 갑자기 옆으로 피하다 균형을 잃으면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연속해서 내려올 때는 불편이 더 커집니다.

한 명을 보내주려고 길 가장자리에 섰는데 또 한 명이 내려오고, 다시 뒤에서 러너들이 이어진다면 등산객은 자신의 산행을 멈춘 채 한동안 기다려야 합니다.
흙길에서는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 때문에 흙이나 먼지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러너에게는 몇 초씩 지나가는 일이지만 등산객에게는 자신이 걷던 길에서 계속 뒤를 살피고 자리를 비켜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자연을 보고 산의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기 위해 찾아온 사람이 계속 러너를 피해 서 있어야 한다면 이미 편안한 산행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이것을 단순히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되지 않을까” 정도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탐방객에게 불편을 떠넘기는 러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산을 달리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트레일러닝 역시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스포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보행 중심 탐방로를 이용한다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 천천히 걷는 사람의 안전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 등산객이 있다면 달리는 사람이 먼저 속도를 낮추는 것.
좁은 길이라면 잠시 걷는 것.
고령자나 어린이가 있다면 충분한 거리를 두는 것.
여러 명이 함께 달리더라도 등산객을 길 가장자리에서 한참 기다리게 만들지 않는 것.
사람이 많은 주말의 유명 등산로에서 개인 기록을 위해 사람 사이를 빠르게 추월하지 않는 것.
이 정도는 트레일러닝 인구가 늘어날수록 더 분명한 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앞에 사람이 있는데도 내리막에서 속도를 유지한 채 가까이 접근하거나 좁은 틈으로 빠르게 추월하는 행동은 지양해야 합니다.
산에서 달릴 자유가 다른 사람의 산행을 방해할 권리까지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대회도 이제 이런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변화가 올해 서울100K에서 나타났습니다.
대회 운영사무국은 북한산국립공원 일부에 ‘국립공원 상생 캠페인 구간’을 운영합니다.
이 구간은 기록 경쟁보다 자연과 일반 탐방객을 우선하는 걷기·저속 구간입니다.
참가자는 안전한 속도로 이동해야 하고 코스에서의 러닝과 무리한 추월을 삼가야 합니다.
일반 탐방객과 마주치면 탐방객의 통행을 우선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갔습니다.
해당 구간의 통과 기록은 전체 순위와 시상 결과 산정에서 제외합니다.
기록 때문에 좁은 탐방로에서 무리하게 추월할 이유 자체를 줄인 것입니다.
저는 이 변화가 꽤 의미 있다고 봅니다.
트레일러닝 인구와 대회가 커진다면 이제는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뿐 아니라 그 산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까지 경기 문화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매너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습니다
참가자가 수백 명, 수천 명인 대회라면 개인에게 조심하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최 측도 코스를 만들 때 생각해야 합니다.

경치가 좋은 산인가, 얼마나 도전적인 코스인가만 볼 것이 아니라 일반 등산객이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 길인지, 좁은 구간은 얼마나 되는지, 대회 시간대에 탐방객이 얼마나 몰리는지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사람이 많은 구간은 걷기 구간으로 운영하고 참가자 사이의 출발 간격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자연 훼손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 지름길을 만들거나 식생을 밟고 지나가면서 기록을 줄이는 행동은 트레일러닝이 가진 자연 친화적인 매력과도 맞지 않습니다.
자연 속에서 하는 스포츠라면 자연을 덜 훼손하는 것까지 그 운동의 일부여야 합니다.
트레일러닝이 오래 사랑받는 운동이 되려면
트레일러닝을 알아볼수록 왜 사람들이 이 운동에 빠지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스팔트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고 산 하나를 넘으며 계절의 풍경을 만납니다.

때로는 걷고 때로는 달리면서 자신의 체력 한계도 확인합니다.
러닝이면서 등산이고, 작은 여행이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즐길 만한 매력적인 아웃도어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기가 커질수록 그에 맞는 문화도 함께 만들어져야 합니다.
앞에 등산객이 있으면 달리던 사람이 먼저 속도를 낮추고,
좁은 길에서는 잠시 걷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기록을 포기하고,
대회 주최 측은 일반 탐방객의 산행을 방해하지 않는 코스를 고민하는 것.
이런 원칙은 트레일러닝의 재미를 빼앗는 규제가 아니라 트레일러닝이 산에서 오래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멀리 달리고 더 빨리 내려오는 것만이 좋은 트레일러닝은 아닐 것입니다.
자연을 즐기면서 달리되, 그 산을 먼저 걷고 있던 사람의 평온한 산행까지 존중하는 것.
트레일러닝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지금, 기록과 대회의 성장만큼 이런 문화도 함께 자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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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서울100K 운영사무국, 「국립공원 상생 캠페인 구간 운영 안내」, 2026.9.1.
- 서울특별시 생활체육포털,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 대회」
- Injury Prevention, Safe Training Techniques, Rehabilitation, and Return to Sport in Trail Runners, 2022.
- A systematic review of running-related musculoskeletal injuries in runner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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