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여행이라고 해서 꼭 단풍을 찾아 산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한여름의 북적임이 조금씩 빠져나간 동해안은 오히려 9월 말부터 여행하기가 편해집니다.
이번에 잡아본 곳은 강원도 삼척입니다.
삼척이 재미있는 것은 바다만 예쁜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안 바로 옆으로 걷는 길이 있고, 절벽 사이를 건너는 출렁다리가 있고, 장호와 용화 사이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 위를 건널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룻밤을 보내고 방향을 내륙으로 돌리면 약 5억3천만 년 전에 형성된 환선굴까지 만납니다.
그래서 이번 1박 2일은 관광지를 많이 넣기보다 첫날은 동해를 따라 움직이고, 둘째 날에는 삼척의 산속으로 들어가는 흐름으로 잡았습니다.
먹는 것도 여행의 일부입니다.
점심 한 끼를 해결하고 관광지를 도는 방식이 아니라 삼척에 도착해서 먹는 첫 점심부터 다음 날 늦은 점심까지 하나의 여행처럼 이어가 봅니다.
1일차|삼척에 도착하면 먼저 홍합밥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수도권에서 아침에 출발한다면 삼척 도착은 점심 무렵으로 잡는 것이 편합니다.
첫 목적지는 관광지가 아니라 식당입니다.

뜰애홍합밥
위치|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새천년도로 615
영업시간|10:00~16:00
전화|033-573-9544
첫 끼로 이곳을 넣은 이유는 오후 일정 때문입니다.
이날은 덕봉산과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점심부터 너무 무거운 메뉴를 먹기보다는 삼척에서 먹어볼 만하면서도 비교적 부담 없는 한 끼가 잘 어울립니다.
홍합밥을 먹고 나면 이제 차를 남쪽으로 돌립니다.
삼척 여행에서 이날 오후의 재미는 같은 동해를 보면서도 장소를 옮길 때마다 바다를 만나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산책은 덕봉산에서 시작합니다

점심을 먹고 향할 곳은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입니다.
위치|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문의|033-570-3091
덕봉산은 오랫동안 군 경계 철책으로 막혀 있다가 철책이 철거되면서 53년 만에 해안생태탐방로가 개방된 곳입니다.
여기서부터 이번 여행이 조금 재미있어집니다.
평범하게 모래사장을 걷는 해변 산책이 아닙니다.
바다를 끼고 덕봉산 둘레를 도는 길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대나무숲을 지나 정상 쪽으로 올라가는 길도 만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파도 가까이 걷다가 어느 순간 숲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시야가 열리면서 바다가 나타납니다.
첫날부터 힘든 등산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다와 대나무숲이 번갈아 나타나는 풍경을 즐기면서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로 잡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초곡항으로 내려가 절벽 옆을 걷습니다
덕봉산에서 차로 남쪽으로 이동하면 분위기가 다시 달라집니다.

다음 목적지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입니다.
위치|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근덕면 초곡길 236-20 일대
운영시간|3~10월 09:00~18:00, 입장마감 17:00
11~2월|09:00~17:00, 입장마감 16:00
휴무|매주 월요일
입장료|무료
문의|033-575-4605
차는 초곡항 쪽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고 항구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됩니다.
탐방로 전체 길이는 약 660m입니다.
그중 512m가 해안 데크이고 중간에는 길이 56m의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거리가 길지 않아 왕복만 하면 약 30분 정도지만 여기서는 시간을 조금 더 잡는 것이 좋습니다.
전망대에 올라가고 촛대바위와 거북바위, 사자바위를 찾아보고 사진까지 찍다 보면 한 시간 정도가 자연스럽습니다.
특히 출렁다리 가운데에서는 발아래로 바다가 보입니다.
덕봉산에서는 바다 옆 산을 걸었다면 여기서는 바위와 파도가 맞닿은 절벽 안쪽으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두 곳을 연달아 걸어도 풍경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오후에는 삼척해상케이블카로 바다 위를 건너갑니다
초곡에서 장호·용화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삼척해상케이블카가 나옵니다.

이번 일정에서는 용화역을 기준으로 잡는 것이 편합니다.
삼척해상케이블카 용화역
위치|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근덕면 삼척로 2154-31
운영시간|09:00~18:00
매표마감|17:10
문의|1668-4268
용화역과 장호역 사이의 선로 길이는 874m입니다.
편도 운행은 10분 이내입니다.
사전예약은 받지 않고 현장에서 발권합니다.
특히 주말이나 사람이 많은 날에는 대기시간이 한 시간 이상 길어질 수 있고 탑승 인원에 따라 매표가 조기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해 질 무렵 마지막 일정으로 미루기보다 오후 시간을 충분히 남겨놓고 도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케이블카에 올라가면 지금까지 옆에서 바라보던 동해가 발아래로 내려갑니다.

장호항과 용화해변, 바위 사이로 들어오는 푸른 바다가 한꺼번에 보입니다.
케이블카만 타고 바로 이동하지 않아도 됩니다.
용화역과 장호역에는 전망 공간이 있어 잠시 머물면서 바다를 내려다보기 좋습니다.
강풍이 불면 운행이 중단될 수 있으므로 여행 당일에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호항에서는 일정을 하나 더 넣지 않습니다
케이블카 다음은 장호항입니다.
위치|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근덕면 장호항길 일대
장호항은 스노클링과 투명카누로 유명하지만 가을 여행에서는 꼭 체험을 넣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오후 일정이 끝나가는 시간에는 항구와 방파제를 천천히 둘러보는 정도가 잘 맞습니다.
장호항에는 작은 해변과 절벽을 따라 걷는 산책로도 있습니다.
케이블카 위에서 내려다봤던 항구 안으로 직접 들어와 보는 셈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시간을 촘촘하게 계산하지 않습니다.

항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좋고 바닷가에 잠시 앉아 있어도 좋습니다.
1박 2일 여행에서 이런 빈 시간이 한 번쯤 있는 편이 오히려 좋습니다.
숙소는 용화해변 앞 '해가 오션뷰펜션'으로 잡아봅니다
첫날 숙소는 해가 오션뷰펜션으로 정했습니다.
해가 오션뷰펜션
위치|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근덕면 용화해변길 38-6
전화|070-4364-9501
이번 코스에서 이 숙소를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위치입니다.
용화해변 가까이에 있어 케이블카와 장호항 일정을 마치고 이동하기 편하고, 이름처럼 바다를 볼 수 있는 객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여행 분위기와 잘 맞습니다.
하루 종일 밖에서 움직이는 여행이기 때문에 숙소 자체가 거대한 리조트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바다가 보이고, 하루 편하게 쉬고, 다음 날 다시 움직이기 좋은 곳에 더 무게를 뒀습니다.
다만 숙박료는 날짜와 객실에 따라 달라지므로 예약할 때 오션뷰 여부와 실제 결제금액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조금 쉬었다가 저녁은 삼척 시내 쪽으로 이동합니다.
첫날 저녁은 '일품해물탕'에서 뜨거운 해산물로 갑니다
일품해물탕
위치|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진주로 30-26
영업시간|11:00~21:00
휴무|월요일
전화|033-574-1412
첫날 저녁은 일품해물탕으로 잡았습니다.

낮에 홍합밥을 먹었기 때문에 저녁은 조금 더 푸짐하고 뜨거운 메뉴로 분위기를 바꿉니다.
하루 동안 덕봉산과 초곡의 해안길을 걸고 케이블카와 장호항까지 둘러봤다면 저녁에는 더 이상 관광지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해산물과 뜨거운 국물로 천천히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이날 밤은 숙소 근처 용화해변을 잠깐 걷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낮에 보던 바다와 밤의 바다는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2일차|아침에는 바다를 떠나기 전에 따뜻한 뚝배기 한 그릇
둘째 날에는 방향을 완전히 바꿉니다.
하지만 산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습니다.
선택한 곳은 삼척전복해물뚝배기입니다.

삼척전복해물뚝배기
위치|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테마타운길 59
영업시간|08:00~21:00
전화|033-572-9999
아침 8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둘째 날 일정에 넣기가 좋습니다.
전복을 비롯한 해산물이 들어간 뜨거운 뚝배기로 아침을 먹고 나면 이제 해안에서 내륙으로 방향을 돌립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환선굴입니다.
어제와 전혀 다른 삼척을 만나러 환선굴로 갑니다
환선굴
위치|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00
문의|033-541-9266
3~10월|09:00부터 운영
11~2월|동절기 운영시간 적용
휴관|매월 18일
성인 입장료|4,500원
모노레일|13세 이상 왕복 7,000원·편도 4,000원
환선굴은 약 5억3천만 년 전 형성된 석회암 동굴입니다.

총 길이는 약 6.2km이고 현재 일반에 공개된 구간은 1.6km입니다.
이곳은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합니다.
삼척시 안내 기준으로 동굴까지 오가는 데 약 1시간, 동굴 내부 관람에 약 1시간 정도가 필요해 전체 2시간 정도를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구까지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내부 온도는 연중 약 10~15℃ 정도라 바깥 날씨가 따뜻해도 얇은 겉옷이 필요합니다.
바닥에 물기가 있는 곳도 있으니 신발 역시 예쁜 여행용 신발보다 미끄럽지 않고 걷기 편한 운동화가 낫습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이어지고 공간의 규모도 상당합니다.
전날에는 계속 수평선이 보이는 열린 공간에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머리 위와 발아래까지 온통 암석으로 둘러싸입니다.
이번 1박 2일 코스에서 환선굴을 둘째 날의 중심으로 잡은 이유가 바로 이 변화입니다.
삼척을 단순한 동해 바다 여행으로 끝내지 않게 해주는 장소입니다.
환선굴을 나오면 굴피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환선굴은 관람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하는 곳이라 점심시간을 정확하게 맞추려고 서두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동굴을 충분히 둘러보고 내려오면 여행의 마지막 식사는 멀리 삼척 시내까지 가지 않고 환선굴 가까이에 있는 굴피집으로 잡습니다.
굴피집
위치|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64-2
영업시간|10:30~18:00
전화|033-541-7288
이곳에서는 첫날처럼 해산물을 다시 먹기보다 메뉴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봅니다.
산채비빔밥과 곤드레비빔밥, 막국수, 감자전처럼 강원도 산골에서 먹기 좋은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번 일정에는 막국수와 감자전 정도가 잘 어울립니다.

환선굴을 걸은 뒤라 배는 고프지만 이제 수도권까지 운전해서 돌아가야 하니 지나치게 무거운 식사보다는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에 따뜻한 감자전을 곁들이는 정도가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식당 자체의 분위기도 이번 여행과 잘 맞습니다.
현대적인 관광지 식당보다는 오래된 산골집 같은 느낌이 있어 조금 전까지 거대한 동굴을 걷고 나온 여행의 여운이 갑자기 끊기지 않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새로운 관광지는 더 넣지 않습니다.
커피가 생각나면 이동 중 한 번 쉬어가는 정도로 두고, 여기서부터는 천천히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길을 잡습니다.
마지막까지 한 곳을 더 보기 위해 시간을 채우기보다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아직 해가 남아 있을 때 돌아가는 것까지 이번 1박 2일 여행의 여유로 남겨둡니다.
이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가을 바다'보다 여유입니다

가을의 삼척을 생각하면 푸른 동해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번 코스를 들여다볼수록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바다 자체보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여행의 속도입니다.
좋은 풍경을 만났다고 바로 다음 장소를 검색할 필요도 없고, 장호항에 앉아 있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져도 괜찮습니다.
숙소 창밖의 바다가 좋으면 조금 더 바라봐도 되고, 다음 날 환선굴 안에서는 사진보다 물 떨어지는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도 됩니다.
가을은 무엇인가를 많이 해야만 여행이 되는 계절은 아닌 것 같습니다.
햇빛은 한여름보다 부드러워지고 바닷바람에는 조금씩 서늘함이 섞이는 시기.
삼척에서는 그 느려진 계절의 속도에 맞춰 이틀 정도 머물러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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